(염치없게도) 인간이 다른 인간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벌을 내리는 것은 웃긴 일이다.
을 <죄> 라고 부른다.
물론 라스콜리니코프를 변호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정당하지 않았으니까...
폭력은 합리화 될 수 없다.
게다가 이런 고민이 이 책의 주제가 아니다.
이 책의 주제라면... 신, 종교, 사랑과 죄와 벌?
근데 라스콜리니코프는 겨우 스물셋 이라니.
나와 비슷하구나...
<죄와 벌>을 처음 읽은 것은 2004년에 (상), (하)로 나뉜 빨간 표지의 책이었다.
다시 읽었다.
다시 읽는게 오히려 더 시간이 걸린것 같다.
처음 읽을 때는 책의 절반정도는 눈으로 읽는 편이니까...
'무슨 책 이더라?' 라스콜리니코프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어디서 읽었더라? 사형선고를 받은 어떤 사내가 죽기 한 시간 전에 이런 말을 했다던가, 아니면 생각했다던가 하는 것인데, 만일 자기가 어디 높은 절벽 위나 그렇지 않으면 겨우 두 발로 서 있을 정도의 비좁은 장소에서 절벽과 바다와 영원한 어둠과 영원한 고독과 영원한 폭풍에 감싸여 살아야만 한다 해도, 그리고 사방 한 자밖에 되지 않는 장소에 평생토록 천년이나 만년이나 영원토록 서 있어야만 한다 해도 그래도 지금 죽는 것 보다는 사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어. 어떻게 해서든 살고싶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단 말이야! 어떤 식으로 살더라도 살고 싶다! 이보다 더한 진실의 목소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염치없는 놈이라고 부르는 녀석도 역시 염치없는 놈이거든.' 1분쯤 지나자 그는 이렇게 덧붙여 생각했다.
주석) 근데 영원한 고독, 영원히 서 있어야 한다면 차라리 죽고 싶지 않을까? (후후.)
"내가 온 것은 자네가 내기에 이겼음을 알려주려고. 그리고 인간이란 누구나 장래의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서이네"
"말하자면 내가 그들의 엉터리 말에 대해서 욕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군요? 천만에요! 오히려 나는 녀석들이 엉터리로 지껄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답니다. 엉터리는 다른 모든 생물에 대해서 인간 만이 갖는 유일한 특권이기 때문입니다. 엉터리란 진리에의 길이다. 이런 말씀입니다. 엉터리로 지껄이기 때문에 나도 인간입니다. 열 네 번 또는 백 열 네 번을 엉터리로 지껄이지 않고는 진리에 이를 수 없다, 이런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명예롭지 못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엉터리 한 가지나마 자기 머리로 생각해내지 못하거든요! 엉터리라면 그런 대로 엉터리라도 좋으니 자기 나름의 엉터리를 지껄여 달라, 이런 말입니다. 그렇다면 저도 그 녀석에게 키스를 해주겠어요. 자기 나름의 엉터리, 이것은 남의 말을 흉내 내는 진리보다야 훨씬 좋지 않습니까. 이건 인간과 새의 차이랍니다. 진리는 달아나지 않지만 인간을 허수아비로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한 예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린 어떻습니까? 우리는 모두 하나의 예외도 없이 과학, 문명, 사색, 발명, 이상, 원망, 자유주의, 이성, 경험, 그리고 그 외에도 무엇, 무엇... 하는, 말하자면 중학교 예과 1학년생 정도니까요! 남의 머리를 의지해서 살다 보니 그게 속 편하니까 아주 그 습관이 몸에 배였다. 이런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말한 대로가 아니겠습니까? 하고 라주미힌은 두 여자의 손을 움켜쥐더니 소리쳤다. "그렇죠?"
'감옥 안에서 자기 양말을 기웠다고 하는 여왕도 틀림없이 그 순간에야말로 진정 여왕답게 보였을 것이다. 아니, 화려한 의식이나 행차 때 보다도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주석) 무척 멋진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겉모습의 화려함 보다 내면, 인격, 언어에서 풍기는 향기. 난 그런 향기가 나는 사람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_^
건방진 것 같으니! 은혜를 베풀려고 하면서 내색을 하지 않는다. 아아, 비열한 성격들이야! 그치들의 사랑이란 증오와 다를 것이 어디 있나. 아아, 나는 그런 자들이 미워서 못견디겠단 말이야!
"그렇지. 이번에는 당신 말 그대로군. 소냐. 이런건 모두 부질없는 것이지. 그저 지껄여보는 것에 지나지 않아! 그보다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어머니는 거의 빈털터리야. 누이 동생은 어떻게 하다보니 교육도 받았기 때문에 여기저기 가정교사 자리라도 찾아보려고 헤매고 다녔지. 두 사람의 모든 희망은 나에게만 쏠린 셈이야. 나는 공부를 했지. 그런데 학자금을 댈 수가 없어 한 때 휴학해야만 하게 되었어. 하기야 그런 상태가 계속 되었더라면 10년이나 20년 후면 -사태가 호전 된다는 걸 전제로 한 얘기지만- 나는 기껏해야 선생이라든가 관리가 되어 연봉 1000루블 정도 타먹을 희망도 있었지." 그는 마치 배운 과목을 암송하는 듯한 말투로 지껄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까지 어머니는 근심과 슬픔때문에 메말라 버려서 결국 나는 어머니를 편하게 해드리지 못할 거야. 그럼 누이 동생은... 누이동생은 훨씬 더 지독한 꼴을 당할지 몰라! 그렇다면 평생을 두고 모든것에 눈을 감고 모든 것에 등을 돌려가며 어머니 일 마저 잊고 누이동생의 오욕을 얌전히 참아가며 견뎌내야 할 필요가 있겠어? 무엇 때문에?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희생시킨 대신에 새로이 처와 자식을 만들고, 그리고 그 사람들도 마지막엔 결국 무일푼이 되어 제대로 먹지조차 못하게 한 채 이 세상에 버려두고 가기 위해서인가? 그래서... 그래서 나는 결심한 거야. 할멈의 돈을 내것으로 만들어 그걸로 우선 처음 몇 해 동안의 생활을 보장하는 거야. 어머니를 괴롭히는 일도 없이 마음놓고 대학에서 공부하고 대학을 나온 뒤에는 첫걸음을 내디딜 자금으로 할 수도 있으며, 더구나 모든 것을 떳떳이 철저하게 해서 완전히 새로운 출세의 길을 닦아내어 새로이 독립한 인생행로를 걷기시작하는 거야. 말하자면... 이게 전부인 거야... 그래서 나는 노파를 죽였어. 그건 나쁜일임에 틀림없어. 이젠 그만 해두자!"
주석) 돈 때문에 한 일은 아니다. 돈 때문에 했다면 오히려 그의 마음은 편했을 것이다. (비슷한 언급이 후에 나온다.) 위의 대사를 감명깊게 본 이유는, 가난, 지식인, 가난의 세습이나 자본주의에서
계급의 수직 이동... 그런것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주게 하는 대사였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약간 미치긴 했지만
비범했다. 미쳤다의 기준은 그저 많은 사람과
다르다는 의미일 뿐, 그것이
틀렸다고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으니까.
"사람이란 누구나 자기 나름의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요."
"하기야 어떤 종류의 사람을 공평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미리부터 여러가지 편견이라든가 늘 접촉하고 있는 인간이나 사물에 대한 습관적인 견해 따위를 버려야만 할 필요가 있더군요."
"나는 말일세, 외국에 간다네."
"외국?"
"아메리카야."
"아메리카?"
(중간에 약간 생략, 너무 스포일러라...)
"어디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좋은 자리인걸. 나중에 누가 물으면 아메리카로 갔다고 하게."
주석) 스리드리가일로프의 마지막 대사. 여기서 나는 어찌나 눈물을 흘렸던지... 별것 아닌 이야기지만. 왠지 다시 봐도 슬프다. 그는 불쌍한 사람이야.
"어머니, 설사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저에 대한 어떠한 소문이 들려와도, 또 남에게 무슨 소릴 들어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저를 사랑해주시겠어요?"
주석)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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